전세 사기 피해자 분들이 돌아가시고 연일 뉴스와 정치권에서는 후속 대책을 가지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람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몸을 뉘여야 할 주거 공간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아가며 가장 큰돈이 오가는 주택의 거래에서 사기를 친다는 것은 정말이지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부디 하루속히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바라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기 유형 피해 사례를 공유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형 1) 깡통전세
'깡통 전세'란, 주택의 매매가가 근저당과 전세금을 더했을 때 그 것보다 아래인 경우를 말합니다. 이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 집을 구할 때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20% 이상 나는 집을 구해야 합니다. 보증금은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무시했을 경우, 집주인이 건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충분히 있어야 혹시라도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작은 집에 들어갈 경우, 내가 들어갈 때는 깡통전세가 아니었지만, 들어가고 난 이후 집값의 하락으로 깡통전세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전세가 뿐만 아니라 건물의 매매가의 시세와 흐름도 파악을 해두는 것이 좋으며, 2)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 됩니다. 그러나 이 때도 깡통전세, 역전세 매물은 가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 갭투자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 방법. 예를 들어 매매가 2억 인 집에 전세가가 1억 5천이라면, 전세를 끼고 내 돈 5천만 원만 투자하여 집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액으로 부동산을 산 갭투자자는 집을 전세로 돌리며 기회를 노리다가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얻습니다.
유형 2) 다가구 주택
주택의 유형에는 집주인마다 소유자가 다른 다세대 주택과 한 건물을 한 사람이 소유한 다가구 주택이 있습니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낙찰금을 가지고 모든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나눠 받아 가야 합니다. 낙찰금을 배당받는 순서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순입니다. 그러므로 나보다 앞선 세입자들의 확정일자와 전세금 규모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 계약 시 건물의 시세를 부풀려 말하거나 앞선 세입자들의 보증금의 합을 줄여서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위해서는, 확정일자 부여현황 서류를 떼어보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유형 3) 집주인의 체납세금, 임금채권
등기부 등본에 근저당이나 융자가 없이 깨끗하다고 할지라도 위험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했거나, 임금을 체불한 경우입니다. 이 두 가지는 등기부 등본을 보고 알 수 없지만, 문제가 생긴 경우 국세청이나 임금체불자가 세입자의 권리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세 완납 증명서, 지방세 완납 증명서, 사회보험 완납 증명서를 요청해야 합니다. 물론, 사회보험 완납 여부로 임금 체불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미납 중이라면 위험성이 높은 집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내 확정일자 이전에 체납된 세금은 내 보증금보다 먼저 가져가지만, 내 확정일자 이후로 체납된 세금이라면 내 보증금의 순서가 먼저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라도 체납 세금 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계약했다가 문제가 생긴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증받을 수 있습니다.
유형 4) 신탁등기한 집
집주인이 주택으로 이득을 내기 위해 내 집이지만 신탁회사에 집의 소유권을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집은 '신탁등기'가 되고, 집주인은 집주인이면서도 임대권한이 없어집니다. 임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탁회사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가 없는 계약은 집주인과 했다고 하더라도 무효처리가 되어 보증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주택을 무단점유한 것이 됩니다. 세입자가 신탁회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기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 갑구를 보고 신탁등기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등기가 된 집이라면 '신탁원부'를 확인하여 집을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단, 신탁원부는 법원 등기과에 가야 하기 때문에 떼기가 조금 번거롭습니다만, 꼭 확인해야 하는 절차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유형 5) 집주인 사칭
집주인을 사칭하는경우는 크게 두 가지 케이스가 있습니다. 계약을 하러 나온 집주인이 진짜가 아닌, 가짜인 경우. 집주인인 척 행세한 이 가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송금했다면, 그야 말로 사기를 당한 케이스가 됩니다.
두 번째는, 부동산 중개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의뢰받고, 세입자에게는 전세보증금을 받는 케이스입니다. 이 사례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도재학 선생이 당한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집주인을 직접 통하지 않고 중개인을 통해서만, 중개인의 말만 듣고 계약하는 경우 생기게 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전세사기’ 입건된 공인중개사만 400명…“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2023년 4월 25일 시사저널 기사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이라고 등장한 사람이 정말 집주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 등본의 소유자와 계약하는 사람의 신분증이 일치하는지, 위임받은 사람이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꼭 받고 집주인과 영상통화로 내용증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금을 입금할 때도 계약 내용과 예금주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꼭 집주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야 합니다.
유형 6) 임대인이 기존의 세입자의 보증금과 새로운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지고 잠적해 버리는 경우
진짜 집주인과 계약을 잘 마치고 이사하러 들어왔는데, 기존 세입자가 그대로 살고 있었던 사례입니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새로 들어올 세입자의 보증금도 편취하여 도주한 경우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사갈 집이 확실히 비어 있거나, 기존 세입자가 전출 준비 상태인지를 반드시 체크하여야 하며, 전세보증금이 어떻게 전달되고 처리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넣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아 이사 가는 것이라면, 전세계약서에 <보증금을 기존 세입자의 계좌로 입금한다.>는 내용의 특약사항을 넣어야 하며, 이것이 번거롭다면 집주인, 나, 기존 세입자, 3자 협의하에 새로운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송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되도록 직접 대면하여 만난 자리에서 입금하고, 기존 세입자에게 바로 보증금이 입금되는 것까지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형 7) 대항력이 생기기 전 집주인 변경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대항력'을 갖기 위함입니다. '대항력'이 있어야 내가 계약한 집에 대한 권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그러나 집의 소유주가 변경된 경우, 소유주변경 효력은 계약 당일 발생합니다.이를 노리고 벌이는 사기 케이스로,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한 후, 바로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입자는 변경된 소유주에게는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새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은행이 세입자보다 앞선 권리를 갖게 됩니다. 사기꾼은 세입자의 보증금과 건물을 매매한 돈을 가지고 달아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 이삿날 잔금 내기 직전, 등기부 등본을 뽑아봅니다. 임대인 변경 등기가 접수되면, 신청사건 처리중이라 명시됩니다. 이 문구가 보이면 일단 계약을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계약서에 특약을 걸어놓습니다. <임대인이 전세계약일 다음날까지 소유권 변경, 근저당 설정 등을 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전세계약을 무효로 하고 보증금을 즉시 반환한다.> 3)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전세권은 대항력과 달리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당일 임대인 변경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단,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비용이 발생합니다.
유형 8) 근저당 말소 불이행
등기부 등본에 융자, 담보대출, 근저당이 잡혀 있는 경우, 임대인과 부동산 중개인은 근저당 말소를 조건으로 계약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담보대출이 많은 집에 들어가는 것은 누구나 껄끄러워할 것이므로 이것은 전세금으로 빚을 갚아서 등기부 등본을 깨끗하게 해 주겠다는 의미인데, 이때 이것을 구두로만 약속하고 집주인이 실제로 말소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빚이 많이 깔려 있으면 사는 동안 내 보증금을 제대로 보증받을 수 있는지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집주인을 신뢰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 특약을 걸어야 합니다. <잔금 지급일에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하고, 이행되지 않을 시, 전세계약은 무효로 하고 지급받은 보증금은 즉시 반환한다.> 2) 근저당권이 설정된 은행에 미리 문의를 넣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집주인이 계약일에 말소하기로 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3) 가능하다면 채권자인 금융사 쪽으로 세입자가 직접 보증금을 입금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개사에게 보증금을 입금할 은행을 알려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이 모든 유형의 사례를 살펴볼 때,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고민과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서로 믿고 신뢰하며 편리하고 유쾌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사람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기꾼들에게서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꼼꼼하고 깐깐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최근의 뉴스를 알고 있는 집주인이라면 세입자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디 사기꾼들은 본인들이 지은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있기를 바랍니다.